사건의 의뢰
이 사건은 이른바 ‘신의 계시’ 사건입니다. 새벽 1시경 왕복 8차선 도로의 한가운데, 즉 1차로에서 차가 사람을 치었다길래, 어떻게 1차로에 사람이 있었던 것인지 궁금하여 블랙박스를 돌려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승복을 입은 스님께서 1차로 한가운데 가부좌를 틀고 앉아계셨던 것입니다. 한밤중에 차도 없는 8차선 도로라 차들은 빠르게 달리고 있었고, A차량은 도로 한가운데 스님이 앉아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채 고속으로 달리다 스님을 보고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피하지 못하고 치었습니다. 그리고 뒤따르던 B차량 역시 멈추지 못하고 스님을 치게 된 것이지요. 천만 다행으로 스님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고, 법정에서 판사님도 궁금하셨는지 스님께 대체 왜 거기 앉아계셨는지 묻자, 기억이 없다고 하시면서 부처의 뜻이 아니겠느냐고 답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웃음을 참느라 애쓰시던 피고측 변호사님의 옆모습이 기억나네요.
어쨌든 의뢰 내용은 간단했습니다. 분쟁심의위에서 A차량 6, B차량 4의 과실이 나온 상황에서 일단 B가 40%의 손해배상을 지급하였지만, 억울하니 과실비율을 좀 줄여서 돈을 돌려받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럴 만도 하지요. B로서는 한밤중에 스님이 1차로 한가운데에 앉아 계실 것이라거나, 앞의 차량이 그 스님을 치면서 급정거할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날벼락이었을 테니까요.
사건의 진행
교통사고의 과실비율이라는 것은, 결국 양쪽의 과실을 저울에 올려놓고 달아보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먼저 내 과실이 무엇인지를 알아야겠지요. A차량의 과실은 명확했습니다. 전방주시의무 위반, 과속 두 가지였지요.
B차량의 과실은 조금 애매합니다. 안전거리유지의무 위반, 과속 두 가지였는데, 과연 실제로 안전거리를 얼마나 두었는지, 과속을 하였는지는 증거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블랙박스에 당시 속도가 찍혀 나오지 않았거든요.
그러나 김지원 변호사는 프로그래머 출신의 IT전문가입니다. 블랙박스 영상을 프레임 단위로 잘라 프레임 간격을 계산하고, 각 프레임마다 찍힌 주변 사물의 거리를 계산하여 시속을 도출했지요.
그 결과 생각보다 안전거리를 넓게 잡고 있었다는 사실, 과속 기준을 많이 초과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
결국 재판부는 6:4의 과실을 9:1로 바꿔주었습니다. 의뢰인 B의 입장에서는 4천만 원을 냈다가 3천만 원을 돌려받은 셈이었지요.
교훈
간혹 교통사고의 경우 억울해하면서도 분쟁심의위원회나 손해사정사의 의견서를 어떻게 반박할지 몰라 애태우는 의뢰인들을 봅니다. 그러나 위원회의 의견은 말 그대로 하나의 의견일 뿐입니다. 재판에서는 객관적 증거가 우선이요, 의견은 그 다음이라는 것을 항상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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