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의뢰
여러분이 흔히 찾는 CGV, 이마트, 테크노마트 등등이 입주해 있는 큰 건물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이런 대형 집합건물은 ‘관리단 회의’를 통해 운영됩니다. 건물 벽에 스파이더맨 광고판을 어떻게 붙일지, 크리스마스 인테리어는 어떻게 할지, 비용은 어떻게 부담할지 모두 관리단 회의를 통해 결정되지요.
이런 관리단 회의에서는 대기업들도 세입자나 구분소유자의 입장에 불과합니다. 각자 자기에게 최대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건물을 운영하고자 치열한 암투?가 벌어지는데, 그 과정에서 역시나 쟁점이 되는 것은 관리단 회의 의결정족수가 정확히 충족되었느냐, 그래서 결국 이 결의가 무효냐 하는 것이겠지요. 이 사건 역시 영화관이 있는 대형 상가건물에서 의결정족수가 미달이니 결의가 무효라며 일부 세입자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사안이었습니다.
사건의 진행
사실 집합건물 관리단회의 의결은 엄격하게 법으로 그 형식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다행히 이언 변호사는 집합건물 관리단회의,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종중 총회 등 분쟁이 잦은 의결권 사건을 많이 다루었기에 신속하게 사건을 마무리지을 수 있었습니다.
원고가 문제삼은 것은 일부 구분소유자가 위임장만 내고 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수백 명의 구분소유자와 세입자가 어떻게 한날 한시에 참석하겠습니까. 당연히 위임장만 내는 분들이 더 많지요. 그런데 원고측 변호사가 이의를 제기한 부분은 위임장을 구체적으로 다 제시하면서 의결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말할 때 나는 누구누구의 위임을 받은 대리인으로서 말한다고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집합건물법은 대리인에 의한 의결권 행사의 방법 등에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이러한 의결권의 위임이나 대리권의 수여가 반드시 개별적·구체적으로 이루어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묵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가능하다(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3다207255 판결 등)는 것이 대법원의 태도입니다. 즉 집합건물 관리단회의에서는 명시적으로 위임장을 보여주거나 하지 않아도 묵시적 위임이 가능한 것이죠.
결과
이언 변호사는 당시 위임장만 냈던 사람들의 회의 전후 태도를 모두 정리해서 제출했습니다. 이들은 전에도 위임장만 내고 그 결과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위임장 자체가 전부 빠짐없이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이언 변호사는 당시 집합건물 관리단과 관리회사의 자문 변호사였기에, 의결권 관련 서류는 모두 별도 대장으로 꼼꼼히 관리하도록 해두었거든요. 당연히 원고의 청구는 전부 기각되고, 소송비용까지 깔끔하게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후 원고는 해당 건물을 떠났습니다.
교훈
로스쿨 도입 이후 변호사들의 업무영역이 넓어지면서, 집합건물 관리단 회의,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종중 총회 같은 대규모 회의는 그 절차를 변호사의 자문 아래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다른 글에서도 항상 말씀드리지만, 변호사는 의사와 같아서 예방조치는 저렴하지만, 나중에 문제를 해결하려면 막대한 돈과 시간, 노력이 듭니다. 이 사건도 당시 집합건물 관리단과 관리회사에 자문을 하고 있던 이언 변호사가 평소에 위임장, 참석명부, 의사록 등을 별도 대장으로 관리하도록 자문하지 않았다면 자칫 길고 복잡해질 수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항상 중요한 일을 할 때는 그 비용의 5%는 법률자문으로 쓴다고 생각하시면 살면서 손해보실 일, 불안하실 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