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의뢰
위 사건번호에 ‘가소’라는 글자가 보이시지요? 소가 1억 원 이하의 소액사건이라는 뜻입니다. 소액사건이니까 쉬울 것이라고 본인소송으로 진행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소액사건이야말로 소위 ‘변호사가 붙어 있는지’ 여부에 따라 하늘과 땅 차이가 납니다.
사건의 진행
이 사건은 흔히 말하는 떼쓰기 사건이었습니다. 공사현장 근처를 지나가다가 철근 떨어지는 소리에 놀라서 넘어졌으니 치료비를 달라는 사건이었지요. 이런 경우 청구금액이 몇백만 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소액사건으로 넘어가고, 변호사도 선임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다른 재판을 마치고 나서, 가끔 소액사건 재판정에 들어가 구경을 하다 옵니다. 방청이라는 말 대신 구경이라는 말을 쓰는 이유는, 실제로 구경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소액사건 재판정은 그야말로 시장통입니다. 원고도 피고도 변호사 없이 날것 그대로의 언어로 싸우고, 판사님은 진땀을 빼시면서 때로는 호통을, 때로는 한숨을 내뱉으시며 겨우겨우 재판을 진행하시지요.
그러다 보면 판결에 필요한 요건사실의 정리는커녕 입증 자체가 안 됩니다. 애초에 요건사실이 무엇인지를 단기간에 이해시키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원고도 자신이 법률상 무슨 청구를 하는지 모르고, 피고도 자신이 어떤 요건사실을 진술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결국 판사님들은 하나하나 요건사실을 밝히기보다는, 대강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를 파악하신 후 대충 이런 방향으로 좋게 합의하면 어떻겠느냐, 결국 화해권고를 하시게 됩니다.
그런데 화해란, 양쪽이 조금씩 물러서는 것입니다. 즉 100대 0이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죠. 이러면 아무 잘못을 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돈을 주어야 하는 상황이 되므로, 억울한 쪽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소액사건이 더 무섭다는 것은 이런 뜻입니다.
결과
이 사건 역시 판사님은 처음에 위로금 조로 얼마간 주는 것이 어떻느냐는 화해를 권고하셨습니다. 그러나 피고 회사는 망설이지 않고 김지원 변호사를 선임했지요. 그리고 김지원 변호사가 깔끔하게 판결문 형식에 맞추어 요건사실을 적시한 서면을 제출하자, 판사님은 바로 변론을 종결하고 원고 청구를 전부 기각하여 주셨습니다.
교훈
소액사건, 화해권고, 이런 단어들이 사실은 더 무서운 것들입니다. 꼭 변호사 선임은 아니더라도 요새는 간단한 조언이나 서면작성 정도는 저렴하게 해주는 경우가 많으므로, 섣불리 대응하지 말고 변호사를 찾아보세요!